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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퍼스트 슬램덩크

    과거 도서관 만화방에서 인기 리스트였던 만화책은 현재 30대 40대들에게 한 편의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 꼽으라고 하면 당연히 슬램덩크를 빼놓을 수 없다. 새롭게 영화로 제작되어 올해 1월에 개봉한 기대작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보고 작품의 스토리 맥락과 주요 등장인물, 그리고 원작과 다르게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를 알아보겠다.

    작품의 스토리 맥락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스포츠 만화 슬램덩크가 30년 만에 영화로 제작되었다.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각본과 연출에 참여하였고, 일본에서는 이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고 한다. 2023년 1월 한국에도 개봉해서 엄청난 이슈가 되고 있다. 만화책이 원작이고 과거 TV 애니메이션으로 이미 만들어진 적이 있지만 만화책 내용을 전부 다루지는 않았다. 그래서 원작 만화에 나오는 최고의 명승부 경기 장면을 영상화한 것은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처음이다. 농구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사용하였고 북산 고등학교의 농구부가 전국 제패라는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북산 고등학교는 원래 농구부로 유명한 학교가 아니었지만 제각기 빛나는 재능들을 가진 선수들이 서로 훌륭한 조합을 만들어내면서 현시점 북산 역대 최고의 농구팀이 되었다. 여러 명승부를 펼치며 지역 대회를 평정하고 드디어 일본 전국 대회에 출전하게 되어 일본 최강팀 산왕 고등학교 농구부와 대결을 하게 된다. 원작 만화에서 하이라이트 부분이었던 산왕전 경기가 전체 스토리의 큰 틀을 이룬다. 세부적인 스토리에는 원작 주연인 강백호 이야기 대신 조연을 맡았던 송태섭이라는 인물의 개인사나 과거 회상장면을 보여주면서 조금 색다른 연출을 보여줬다.

    주요 등장인물

    원작 만화의 주인공 강백호는 실제 문제아였지만 같은 1학년 채소연이라는 소녀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농구부에 입단하게 되었다. 농구는 처음이지만 타고난 신체와 운동 능력이 뛰어나 몇 개월 만에 주전멤버가 되었다. 좋아하는 소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과 농구라는 스포츠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면서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 자기애가 강하고 주목받는 것을 좋아해서 주인공 서태웅과 라이벌 의식이 있다. 같은 학년인 서태웅은 강백호와 반대인 성격으로 말수가 적고 수려한 외모, 타고난 기량으로 북산의 에이스를 맡고 있는 선수이다. 관심은 오로지 농구이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강백호와 부딪히며 라이벌 구도를 펼친다. 자존심이 강해서 개별능력이 뛰어난 같은 포지션의 상대 선수를 만나면 승부욕 지수가 올라가서 혼자 상황을 해결하려 하는 성격이다. 영화에서는 송태섭이라는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데 팀의 전체적인 플레이를 조율하는 가드 포지션을 맡고 있고 키가 작지만 뛰어난 드리블과 패스능력, 스피드를 가지고 있다. 정대만과 싸운 후 한동안 농구부를 이탈하고 2학년에 올라가면서 다시 농구부에 합류하게 되는데 원작만화에 등장하지 않았던 송태섭과 정대만의 서사가 주요 스토리로 풀어진다. 여기에 강백호의 짝사랑 소녀 채수연의 오빠로 북산 고등학교 농구부의 주장인 채치수까지 5명의 주인공 이야기이다.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유

    송태섭은 북산에서 포인트 가드를 맡고 있다. 농구에서 포인트 가드라는 포지션은 전체적인 볼 운반과 배급을 관리하며 경기의 흐름을 컨트롤하는 지휘자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것이다. 실력상으로 팀 내에서 실질적인 에이스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경기 운영상으로는 리더 역할을 소화해 내야 하는 형식상의 리더이다. 그리고 송태섭이야말로 그러한 실력과 역할 사이의 균형이 무너져있는 부족한 포인트였기에 이번 극장판은 그런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을 통해 산왕이라는 상대가 새삼 얼마나 강력한 팀이었는지를 즉각적으로 보여준다. 실력이 부족함에도 어떻게든 팀을 이끌어야 하는 그 절망적인 송태섭의 시점 속에서 관객들은 25년 만에 다시 펼쳐본 이 경기의 의미와 압박감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를 말했다. 원작을 그대로 똑같이 만드는 것이 싫어서 다시 슬램덩크를 제작한다면 새로운 관점으로 하고 싶었고 송태섭은 만화를 연재할 당시에도 서사를 더 그리고 싶은 캐릭터라고 했다. 이렇듯 송태섭의 이야기는 원작에서도 비교적 많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다 아는 이야기에서 추가적으로 새롭게 보여줄 것이 많았다. 실력과 역할 사이에 불균형을 갖고 있는 상황을 부족한 포인트 가드와 부족한 둘째 아들이라는 설정으로 동시에 보여준다. 이것은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방법과 실패를 통한 성장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주제로 영화를 이끌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