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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데르센 동화인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영화 블라인드이다. 후천적으로 눈이 먼 루벤과 백색증을 가진 마리가 서로의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게 된다. 하지만 볼 수 있게 된 루벤이 두려웠던 마리는 떠나버리고 그는 다시 눈을 멀게 만들어 그녀를 기다린다는 이야기에 관한 내용이다.

    후천적으로 눈이 먼 루벤과 백색증 마리

    시각 장애인인 루벤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어버려 자신의 모든 것을 거부하고 깊은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건강이 녹록지 않은 루벤의 어머니는 오늘도 애지중지 아들을 달래다 의사를 불러 진정제를 맞춘다. 그렇게 다가오는 것들을 파괴하는 맹인 아들에게 침착히 책을 읽어줄 사람을 구하기 시작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도해 보았지만 루벤의 난폭한 성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치를 떨며 도망가 버린다. 한편 피부에 많은 흉터들과 백색증을 가진 마리라는 한 여자가 찾아온다. 루벤의 어머니는 그녀와 함께 루벤에게 가고 역시나 루벤은 그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이전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마리는 루벤의 난폭한 행동에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불쾌하게 하는 루벤의 행동에 결국 마리는 손을 올리게 되고 그렇게 첫 수업은 끝이나 버린다. 다음날에도 마리는 꿋꿋이 찾아왔고 난폭한 그를 강압적으로 제압한다. 루벤의 어머니도 그 모습을 보게 되지만 잘못된 루벤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못 본 척한다. 그렇게 루벤은 서서히 마리에게 길들여지고 책을 읽어주는 마리의 목소리에 점점 빠져들고 만다. 어머니는 못난 외모의 그녀가 탐탁지 않았지만 변해가는 그의 모습에 희망을 갖게 된다. 마리는 특이한 외모로 인해 어릴 적 학대로 생긴 수많은 흉터를 가지고 있었다. 따뜻한 내면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사랑할 수 없었고 그녀 또한 세상의 시선을 피한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장님인 루벤 앞에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루벤은 그런 당당한 모습에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서로의 상처를 순수한 사랑으로 치유하다

    마리는 책을 읽어주고 루벤은 상상하며 그녀를 통해서 느낌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안데르센 동화인 눈의 여왕을 읽어주는 마리의 목소리는 기품이 있는 데다 어떤 마법 같은 힘이 있어 루벤에게 마리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했다. 그의 사물에 대한 세심한 관찰은 마리에 대한 관심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몸을 씻고 옷도 입으며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한다. 하지만 평생 사랑을 받아본 적 없던 마리는 그런 루벤의 관심이 부담스러워 저택을 뛰쳐나간다. 다행히 마리는 다시 돌아오고 루벤을 교육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키워가는 중 몸이 불편한 루벤의 어머니가 쓰러지고 결국 마리는 그 집에 들어가 살며 루벤을 돌보게 된다. 그의 손에서 마리의 흉터는 반짝이는 얼음꽃이 되었고 하얀 머리카락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비쳤다. 그렇게 잿빛으로 꽁꽁 언 마리의 마음도 루벤의 순수한 사랑에 서서히 녹아 상처가 치유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루벤이 더 가까워지길 원할수록 마리는 자신의 외면을 더욱 숨길 수밖에 없었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했던 얼굴을 스스로 마주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했고 그에게 아름다운 모습이길 원했다. 어느 날 마리는 루벤의 어머니와 주치의와의 대화를 엿듣고 루벤이 눈을 수술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루벤이 앞을 볼 수 있게 되면 두 눈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흉측한지 알게 될까 봐 겁이 났다. 그를 사랑할 수 있었던 건 눈으로 보이는 것에 얽매어 있지 않은 사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소식에 루벤은 희망으로 가득 찼지만 마리는 절망으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알아버리는 순간 순수한 사랑이 끝날 거라 단정 지은 그녀는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떠나버린다.

    다시 스스로 눈을 멀게 한 루벤

    그렇게 루벤은 수술대에 오르고 발달한 의학기술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앞이 보이게 되었지만 마리가 보이지 않아 매일매일을 혼란 속에서 방황하게 된다. 그를 보고 싶었던 마리는 참지 못해 병원에 찾아가고 주치의 빅터의 선을 넘는 조언에 그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간다. 살 날이 얼마 안 남은 루벤의 어머니는 마리의 편지를 빅터에게 넘겨주고 루벤은 시력을 되찾았지만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루벤은 어머니와 마리를 잃은 상실감으로 방황하며 힘든 나날들을 보낸다. 빅터는 그런 루벤을 다른 방식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홍등가에 보내보기도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일어났고 결국 루벤은 마리를 잊기 위해 이스탄불로 떠나버린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르고 마음을 많이 치유한 루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 후 그는 책을 사기 위해 도서관으로 가게 되는데 우연히 그곳에서 마리를 마주치게 된다. 마리는 그를 알아보고 황급히 피해 보지만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루벤은 마리에게 다가가 질문한다. 대답 없이 그에게 책이 있는 곳을 안내하고 루벤은 흉측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놀란다. 그 순간 그녀의 향기를 맡고 바로 마리라는 걸 알아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책을 읽어달라 부탁하고 눈을 감고 목소리를 듣는다. 그녀가 마리란 걸 확신한 루벤은 흉측한 외모를 개의치 않고 함께 돌아가자고 한다. 하지만 마리는 루벤에게 더 이상 완벽한 사람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거절한다. 그렇게 루벤은 다시 마리를 놓치고 집에 돌아와 마리가 남기 편지를 전해받는다. 편지 속엔 너를 통해 순수한 사랑을 알게 되었고 진실한 사랑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편지를 읽고 루벤은 앞이 보이는 자신 때문에 마리가 도망친 거라 생각하며 날카롭게 솟아오른 고드름으로 눈을 찌른다. 루벤은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눈을 헝겊으로 가린 채 정원에 앉아 그렇게 마리를 하염없이 기다린다.